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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돌-민간신앙-별신굿과 영등제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3T04010
한자 -民間信仰-別神-靈登祭
분야 지리/인문 지리
유형 지명/행정 지명과 마을
지역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집필자 이상수

[별신굿과 영등제]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으며 바다를 의지해 살아가는 마을인 소돌에는 다양한 종류의 제사도 치러진다. 소돌마을 풍어제는 3일 동안의 신(神)굿으로 이어지는데 이를 「소돌별신(別神)굿」이라 한다.

「별신굿」은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당이 되기도 하지만, 주문6리주문12리가 한데 어울리는 화합의 축제라는 의미도 크다. 이 굿은 「별신굿」을 직업으로 하는 세습무당에 의하여 진행되며, 3일에 걸쳐 19거리굿이 진행되는데 19거리굿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부정굿」·「청좌굿」·「당마지굿」·「화해굿」·「조상굿」·「세존굿」·「성주굿」·「천왕굿」·「삼신굿」·「심청굿」

「거진굿」·「손님굿」·「제면굿」·「용왕굿」·「꽃놀이굿」·「뱃놀이굿」·「등놀이굿」·「거리굿」·「놀이굿」

마지막 「놀이굿」은 참관자인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와 무당이 부르는 노래를 같이 부르면서 굿이 잘 끝나 마을에 좋은 일들이 있을 것을 기원하며 흥겹게 마친다. 「놀이굿」에서 무녀들은 각 도의 민요를 부르고 때에 따라서는 유행가까지 불러 주민들의 흥을 돋운다. 「놀이굿」은 한마디로 엄숙하고 종교적인 제사의식이라기보다는 주민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구실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굿이 진행되는 동안에 마을 노인들은 제단에 나와 배례를 하고 축원과 소원성취를 빌며 기대하는 염원을 담아 얇은 창호지에 불을 붙여 소지를 올린다.

19거리굿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용신굿」이다. 「용신굿」이 시작되면 엮어내는 사설(辭說)을 들으려고 굿당이 조용해진다. 예전에는 바다에 띄운 배 위에서 굿을 했으나 날씨를 고려해 요즘에는 종이로 배를 만들어 굿당에 옮겨 놓고 2시간 정도 축원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종이배, 연꽃, 병에 꽃은 꽃, 새의 날개 등이 장식된 제단의 구석에는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은 어부들의 가족 제사상을 차려놓고 혼백을 부른다. 어떤 상에는 젯밥이 두개인데 이는 부자나 형제를 함께 바다에 묻은 집에서 보내온 겸젯상이라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소돌마을에는 영등제도 유명하다. 바다에 나가 또르래기 배로 고기잡이를 하는 가정에서는 매년 음력 2월 1일에 기도를 드리는데 이 날을 영등이라고 한다. 영등날 비가 오면 비영등, 바람이 불면 바람영등이라 부른다. 영등할멈 신은 2월 초하루에 땅에 내려 왔다가 보름만에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기 때문에 이 기간을 영등행사 기간으로 하며, 2월 한 달 동안은 ‘남의 달’이라 하여 잔칫날도 받지 않는다.

2월 초하루 날 새벽이면 여주인은 뒤뜰 장독대 앞에 창호지를 깔고 촛불을 켜놓고 찰밥, 왁데기, 말린 고기, 정화수, 돈을 놓은 후 바가지에 깨끗한 물을 담아 돌리면서 부정을 씻고 축원을 한다. “영등할머님 우리 집에 오셨으니 고기 많이 잡게 해주시고, 자식 잘되게 해주시고, 가정 평안하게 해주시고, 바다 사고도 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라며 소지를 올리는데 이때 술은 반드시 막걸리를 쓴다. 예전에는 죽도 우물이나 쇠똥골 우물의 맑은 물을 길러 바가지에 담아 놓고 숯을 띄워 부정을 씻었으나 요즈음은 깨끗한 수돗물을 담아 부정을 씻는다. 영등제 기간인 2월 초하루 부터 열나흘 까지는 다른 집에서 음식이나 먹을 것을 가지고 오거나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면 장독대에 모신 영등신한테 먼저 놓았다가 먹고, 매일 아침 정화수를 새로 떠서 영등신 앞에 놓는다. 그러다 음력 2월 보름이 되면 신을 올려 보내는데 보낼 때에도 초하루에 하던 절차대로 제사를 지내면서 잘 올라가기를 기원한다.

한편 예로부터 소돌마을에서는 바다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서낭과 명산을 찾아 바위와 나무 아래에서 제사를 지내는 산멕이 신앙이 있었다. ‘산을 먹인다’는 뜻의 산멕이는 산신제의 일종으로 소돌마을의 부인네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신앙생활이다. 가정과 마을, 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재앙을 면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산멕이는 대대손손 전승되어온 행사다.

소돌마을에서 또르래기 배로 고기잡이를 하는 가정에서는 음력 3월 3일과 음력 9월 9일 새벽에 부인네들이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을 갈아입은 후 먼동이 트기 전에 집을 나선다. 이때 메를 지을 쌀과 대추, 밤, 사과, 어물, 술을 가지고 향호리 발우봉이나 주문진해수욕장 등지로 향하는 것이다. 각자의 집안이 대대로 믿는 소나무에 명주실 타래로 세 번 접은 창호지를 걸고, 쌀을 씻어 메를 준비한 뒤 나뭇가지로 수저를 만들어 꽂고 촛불을 밝힌다. 그 다음, 소지를 올리고 절을 정성껏 두 번 한 뒤에 한 해 동안 가정의 평안, 가족의 건강, 자식의 성공, 바다에서의 안전을 빈다. 산멕이 신앙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지만 아직도 성심껏 예를 치르는 집안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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