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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촌장」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305222
한자 詩人-村長
영어공식명칭 A poet and village chief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강릉
시대 현대
집필자 김정남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43년 5월 18일연표보기 - 서영은 출생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80년연표보기 - 「시인과 촌장」, 『창작과비평』여름호에 발표
성격 중편 소설
작가 서영은

[정의]

강릉 출신의 작가 서영은의 중편소설.

[개설]

중편소설 「시인과 촌장」은 폐쇄된 유년기의 한 공간을 배경으로 소년과 그의 형의 시선에서 경험하게 되는 세계상을 다룬 일종의 성장 소설이다. 특히, 적산 가옥과 술청이 늘어서 있었던 남문동과 국극단(國劇團)이 북소리와 나팔소리를 울리며 광고지를 뿌리던 성남동, 소년의 아버지가 등허리에 냄비를 집어넣고 꼽추춤을 추며 술을 얻어마시던 임당동 등 1950·60년대 강릉의 모습이, 유년기의 삽화로 제시되고 있어 강한 지역성을 드러내고 있다.

『창작과 비평』지가 강제 폐간되던 1980년 여름에 실린 이 소설의 제목은, 1981년 하덕규, 오종수 두 명의 멤버로 결성된 포크 그룹의 이름으로 차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덕규는 「시인과 촌장」이 그리고 있는 우울한 유년의 풍경이 당대의 암울한 시대와 호응되는 분위기가 있어 동명의 소설 제목을 그룹명으로 삼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후 ‘시인과 촌장’이라는 제목은 대학가의 카페나 술집 상호로도 널리 퍼져나가, 시대고(時代苦)를 먹구름처럼 지고 있었던 1980년대 젊은이들의 고뇌와 함께한 이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발표되었고, 『시인과 촌장』-서영은 중단편 전집 3[도서출판 둥지, 1997]에 수록되어 있다.

[구성]

유년 화자가 등장하는 성장 소설의 특징을 오롯하게 구사하고 있는 「시인과 촌장」은 긴밀하게 짜인 서사 구조보다는, 삽화적인 구성으로 상징적 장면을 부각시키는 서사 기법을 택하고 있다. 유년 화자에 의해서 포착된 세계의 풍경이란 다분히 소편(小片)의 상징적인 에피소드로 제시될 수밖에 없기에, 「시인과 촌장」의 구조는 화자의 인식의 틀과 기법이 핍진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내용]

「시인과 촌장」에서 화자로 등장하는 소년은 외롭고 우울한 일상으로 하루하루를 견딘다. 재판소 앞에서는 줄줄이 묶여 마당을 가로지르는 죄수들을 보며 가슴을 부르르 떨기도 하고, 국극단 전단을 얻기 위해 트럭의 뒤꽁무니에 매달리기도 한다.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부엌에 가서 솥뚜껑 속 누룽지를 집어먹고 깨소금 두어 줌을 자국이 나지 않도록 집어먹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 다음 마루 밑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앉아 사금파리로 흙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로 외로움을 달랜다.

소년의 아버지는 동회 사무실의 서기 보조원이다. 소년은 빈대떡을 구워 파는 술청에서 등허리에 냄비를 집어넣고 꼽추 춤을 추는 아버지를 안쓰럽게 여긴다. 이 작품에서 아버지는 가장으로서의 능력과 권위를 상실한 모습으로 제시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족이 아사를 왔다. 얼굴이 노르께한 중늙은이 한 사람과 소년 또래의 소녀인 정자와 그 계집아이의 어머니와 벙어리 처녀가 그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벙어리 처녀는 소년을 이끌고 동네의 빈집으로 데려간다. 거기서 그녀는 앞가슴을 풀어헤쳐 하얀 젖가슴을 소년에게 보여주고 소년의 손을 끌어가가 자신의 젖가슴에 얹는다.

그날 저녁 소년의 아버지는 동회비를 유용했다는 이유로 동네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았고, 소년의 형이 나타나 아버지를 때리는 사람들에게 덤벼드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윽고 대문을 밀고 들어오는 피투성이의 아버지와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는 형의 모습을, 소년은 마루 밑에 숨어 몽롱하게 바라본다.

다음 날, 동이 트자 소년은 ‘미친 놈’ 집 쪽 대문에서 시커먼 관을 지게에 짊어진 노인이 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자 소년은 “형, 나도 죽고 싶다.”라고 말하며, 감당하기 어려운 여러 사건과 충격에 무의식적 하소연을 내뱉는다.

[특징]

「시인과 촌장」은 강릉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보낸 작가의 유년 시절의 인식과 체험이 작품 속 소년의 시선 속에 투영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지난 연대 강릉의 지역성이 짙게 배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시인과 촌장’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소년과 그의 형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가령, 형은 소년에게 “너 누가 널 놀려주면 나한테 일러야 한다?”라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세상에 대항하는 반면, 소년은 ‘철구’를 중심으로 하는 패거리에 끼어들기 위해 “아무리 세게 때려도 울지 않는” 피학에 가까운 행위까지도 무릅쓴다.

또한 동회비를 횡령했다는 이유로 동네 사람들에게 아버지가 몰매를 맞을 때도 형은 그들에게 달려들어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반면, 소년은 대문을 밀고 들어오는 피투성이의 아버지와 눈물을 훔치는 형을 몽롱한 시선으로 내다보고 있을 뿐이다. 감각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는 소년과 지극히 현실적으로 세상에 대응하는 그의 형의 모습이 각각 시인과 촌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시인과 촌장」이 발표된 1980년의 풍경을 소설과 겹쳐 떠올려보면, 단순한 성장 소설의 한계를 넘어선 사회적 외연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음울한 한 시대의 풍경 속에서 ‘시인’과 ‘촌장’이라는 두 유형의 세계 인식과 행동 양식을 중립적으로 유형화하고자 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앞서 논한 바와 같이, 폐쇄적인 유년기의 한 풍경 속에서 낭만적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행동했던 소년과 세계에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그의 형의 모습을 통해, 세계 인식의 방법론을 고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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