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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부리의 새」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305203
영어공식명칭 Sand spit of bird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강릉
시대 현대
집필자 김정남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46년 1월 17일연표보기 - 윤후명 출생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98년 1월연표보기 - 「모래부리의 새」, 『현대문학』1월호에 발표
성격 단편 소설
작가 윤후명

[정의]

강릉 출신 작가 윤후명의 단편 소설.

[개설]

윤후명의 고향인 강릉에 대한 실체와 기억 사이의 인식론적 번민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뜬구름 속에서의 일”처럼 여겨지는 고향이라는 이름의 ‘기억의 압박’에서 벗어나, 고향이 주는 현실과 몽상의 양가 감정[ambivalence]을 마침내 긍정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결여되어 있는 고향의 실체감으로 인해 감내해야만 했던 외로움과 그 결락을 메우기 위해 몽상 속에서 허우적거려야 했던 그리움의 시간들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제의라는 축제의 신화적 비의를 ‘실재하는 비현실’에서 찾을 때, 현실과 몽상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 생의 순환 고리라고 볼 수 있다. 『현대문학』 1998년 1월호에 발표된 윤후명의 단편 소설로서 강릉단오제 배경 설화를 근간으로 고향 의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구성]

「모래부리의 새」에서 서술자인 ‘나’는 작가의 자격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강릉으로 문학 여행을 오게 된다. 그러나 서술자에게 고향 강릉은 “엄연한 고향인데 고향답게 밟지 못”한 곳이다.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으나 전쟁이 끝나지 않아 아직 학교가 문을 열지 못했고, 그 이듬해 고향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서술자는 고향에 내려온 문학 여행 길에 참여한 한 여인과 술잔을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그 여자에게서, 언젠가 유등제에서 만나 서로 사랑한다고 속삭인 사이이지만, 이제는 이승 사람이 아닌 그녀를 겹쳐 연상하게 된다. 이런 혼란 속에서 서술자는 나무새, 강문의 솟대 ‘진또배기’를 떠올린다.

[내용]

고향이라는 말은 절절하게 서술자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어쩐지 고향에 대한 모든 것은 “뜬구름 속에서 일” 같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여기서 고향은 기억 속의 미궁 같은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의 뇌리 속에는 유년기의 강렬한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다. 이때 이미지는 구체성은 없는 것일지라도 삶의 기본 정서를 형성하는 원체험으로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유년의 기억에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는 ‘햐얀 길’의 이미지는 “외로움과 그리움의 촉매(觸媒)”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어릴 적 하얀 길을 바라보며 키운 것이었다. 그 길은 “동네 코흘리개와 어울려 죽은 병아리를 묻으러 멀리까지 갔던 길”이었고, “이웃집 소녀 세화와 손을 맞잡고 소꿉장난을 다니던 길”이었으며 “큰 아이들의 뒤를 좇아 호수와 바다로 향하던 길”이었고, “어느 날 밤 총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쏟아지던 길”이었고, “안경을 쓴 새아버지라는 사람이 지프를 타고 나타난 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길은 단오에 “대관령 산신이 나무로 변해 내려”오는 길이었다.

나무새가 있는 마을에 다다르자 “이제야 정말 고향을 찾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서술자의 마음속에서 솟구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서술자는 고향의 ‘신기루’와 ‘실체’ 사이에서 번민한다. 신기루란, 한국전쟁 당시 교전 중에 전사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부친의 죽음이 기실 동료의 총기 오발 사고에 인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깨닫게 된 “잘못 알고 여태껏 키워온 생각”이라면, 실체란 아버지의 무덤과 같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고향에서 “확실한 근거의 뿌리”가 되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 이 신기루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오발 사고를 낸 당사자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그를 만난다 해도 무슨 대화를 나눌 것인가 하는 막막함에 사로잡히고 만다.

결국 서술자는 “신기루를 걷어버리고 실체에 다가가야 한다는 조바심과, 신기루로 남겨두고 바라보아도 좋다는 여유 사이에서 나는 유예된 생명”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제 마차는 모래부리가 길쭉이 뻗어나간 길 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서 ‘나’는 다시 유년의 ‘하얀 길’ 위에 서 있다. 그 길 끝에는 고향의 실체로서의 “아버지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화자는 모래부리의 나무새들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마차가 달리는 앞으로 하얀 길을 내주고 있는 판타지를 목격하고서, 강문 진또배기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왔어요. 여깁니다.”라고 말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아버지의 무덤’이라는 실체에 다가가는 것만이 고향을 이해하는 길이 아님을 부지불식간에 깨달은 것이다.

[특징]

작가 윤후명은 1946년 강릉에서 태어나 당시 육군 법무관이었던 부친의 전근으로 인해 1953년 대전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따라서 작가에게 고향 강릉은 유년기의 체험 속에 단편적인 기억으로 자리할 뿐이다. 유년 체험의 중핵적인 배경은 “산과 바다와 선녀와 축제”라고 그는 회상한다. 여기서 윤후명이 말하는 축제란 바로 강릉단오제를 지칭하는데, 단오제의 배경 설화는 그의 고향 의식과 결부되어 신탁의 매개가 된다.

[의의와 평가]

유년 체험은 한 작가에게 감수성의 향배와 세계관 형성의 근본적인 질료로 작용한다. 한국 현대 문학에서 작가의 유년 체험의 의미 중 하나는 낭만적 세계에 대한 아름다움과 포근함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과 빈궁으로 인한 고통과 낭만 세계의 훼손을 포괄한다. 윤후명의 유년 체험에도 바로 ‘소꿉친구 소녀와의 일들’로 상징되는 낭만적 기억과 ‘6·25의 소용돌이’와 ‘불행한 가정사’로 대표되는 낭만 세계의 파괴가 가로놓여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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