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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302479
한자 言語
영어음역 eoneo
영어의미역 language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지역 강원도 강릉시
집필자 이익섭

[정의]

현재 강릉시 일원에서 쓰이는 말.

[개설]

강릉 지방의 말은 언어적으로 그 이웃 지역인 북쪽의 양양군과 남쪽의 삼척군과 확연히 구별된다. 만일 양양 사람이나 삼척 사람이 강릉 시내에 와 서너 마디만 하면 강릉 사람들은 어김없이 그들이 외지에서 온 사람임을 대번에 분별해 낼 수 있을 정도이다.

서울 등지에서 강릉 사람들끼리 겨우 몇 마디로 서로 강릉 사람임을 알아맞히는 것도 강릉 언어의 개성이 매우 강함을 뜻한다. 다만 영서 쪽으로 넘어오면서는 그 변화가 점진적이어서 봉평·대화까지도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고, 정선·영월 쪽으로도 사정이 비슷하다.

[내용]

어느 지역의 말이나 그렇지만 강릉 지방 언어의 두드러진 특징은 일차적으로 그 억양에서 드러난다. 가령 “집이 강릉이래요?”, “아니래요”라고 할 때 유난히 ‘릉’이나 ‘니’ 부분이 높게 올라가는 억양이 매우 특이하다. 이런 한 마디로 강릉 사람임을 분별해 낼 수 있는 것도 이 특이한 억양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억양의 특징을 글로 표시하기는 어려워 방언 기술에서 이 부분이 명확하게 표현되지 못하는 편이다.

[특징]

강릉 지방 말에는 이 지역에서만 쓰이는 어휘도 꽤 있다. (1)의 것들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2)에 제시된 것들도 비록 강릉에서만 쓰이는 것은 아니나 강릉언어의 특색을 잘 드러내는 어휘들이다. 괄호 안에 해당 표준어 및 대표적인 다른 지역 방언을 병기하였다.

(1) ㄱ. 동고리 받다 (목말 태운다)

ㄴ. 장개장개 (곤지곤지)

ㄷ. 느르배기 (새총, 고무총)

ㄹ. 땀바구 (청미래덩굴, 망개)

ㅁ. 소꼴기 (누룽지)

(2) ㄱ. 오부뎅이 (몽땅)

ㄴ. 마커 (모두)

ㄷ. 쫄로리 (나란히)

ㄹ. 헐씨 (마치)

ㅁ. 정지밖 (부엌 바깥의 공간)

ㅂ. 피레주다 (분배하다)

ㅅ. 함박꽅 (철쭉)

ㅇ. 주레 (버들피리/호드기)

ㅈ. 왜서 (왜)

ㅊ. 웅굴 (우물)

ㅋ. 건추 (시래기, 씨래기)

ㅌ. 소금젱이 (잠자리, 짬자리)

ㅍ. 뺌짱우 (질경이, 질겡이)

ㅎ. 불기 (상추, 생추, 부루)

ㅏ. 행우 (멍게, 멍기, 울미, 울멩이)

ㅑ. 또바리 (똬리, 또아리, 따바리)

ㅓ. 꽤 (자두, 오얏, 고야, 꼬야, 꽤기)

ㅕ. 질 (두레, 둘게)

ㅗ. 고벵이 (무릎뼈)

ㅛ. 서거리 (아가미)

ㅜ. 존곱질 (소꼽놀이)

ㅠ. 어낭 (낭떠러지)

ㅡ. 꼬뎅이 (험한 고개)

ㅣ. 돌개바람 (회오리바람, 회리바람)

ㅐ. 진셍이 (바보)

ㅒ. 어르배기 (약빠르지 못한 사람)

ㅔ. 시남해서 (천천히)

ㅖ. 바우다 (음식을 장만하다)

이 외에 특별히 따로 언급해 두어야 할 것이 다음의 ‘’다. 이 단어는 표준어의 어느 하나로 의미를 규정하기 어려운데 대개 ‘몫’에 해당한다. 시장 간 아버지의 저녁밥을 따로 떠놓으면 “아버지의 를 떠 놓았다”고 하고, 시월 시제에서 참가자에게 몫으로 싸 주는 음식을 역시 ‘’라 한다.

그런데 더 특이한 것은 이 단어의 발음이다. ‘’라는 철자를 보면 매우 생소하게 느끼게 되는 것에서도 짐작되듯이 이런 글자를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강릉의 말에만 있는 매우 특이한 발음인 것이다.

(3) ㄱ. 아버지  떠났나?

ㄴ. 나간 사람의 는 있어도 자는 사람의 는 없다드라.

강릉 언어에는 단어의 끝소리 ‘ㅏ’나 ‘ㅓ’를 ‘ㅐ’로 발음하는 특징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명령형 어미 ‘-게’를 ‘-개’로, 청유형어미 ‘-세’를 ‘-새’로 발음하고 선어말어미 ‘-겠-’도 ‘-갰-’으로 발음한다. 또 반말체 어미 ‘-지’를 ‘-재’로 발음하는 특징도 보인다. 한편 반말체 어미 ‘-어’는 ‘-아’로 발음한다. 전체적으로 음모음(陰母音)을 양모음(陽母音)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ㄱ. 감재(감자), 조캐(조카), 치매(치마), 가매(머리의 가마, 시집갈 때 타는 가마, 솥가마의 가마), 장개가다(장가가다), 아깨(아까)

ㄴ. 택(턱), 고등애(고등어), 무내(문어), 동새(同壻), 영새(嶺西)

(5) ㄱ. 여보개, 자네두 이리 오개.

ㄴ. 이젠 그만 가새.

(6) ㄱ. 야, 아 놀래갰다.

ㄴ. 다 모였갰다. 빨리 가자.

(7) ㄱ. 니거(네가) 용길이재?

ㄴ. 이 사람덜이 왜서 안 오재?

ㄷ. 마치맞재(알맞지)?

(8) ㄱ. 마이 먹아.

ㄴ. 난 싫아.

ㄷ. 다 왔아?

(9) ㄱ. 자덜은 모이기만 하문 싸와.

ㄴ. 이건 니거 가자(가져).

주격조사 ‘가’를 ‘거’로 말하고, 대격조사 ‘을/를’을 ‘으/르’로 말하는 것도 강릉 언어의 한 특징이다.

(10) ㄱ. 머리거 하얗다.

ㄴ. 니거(네가) 그랬잖나?

(11) ㄱ. 팥으 볶아서는

ㄴ. 그걸 나르 줄라구?

ㄷ. 그그는 할머니르 디레.

발음에서 특징적인 것을 몇 가지 더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겹받침 ‘ㄺ, ㄼ’은 자음 앞에서 앞쪽이, 즉 ‘ㄹ’이 살아남는다.

(12) ㄱ. 일떠거(읽다가), 늘찌(늘지) 않는다, 발찌(밟지) 마라

ㄴ. 흘또(흙도) 파고 부둘또(브듥도) 비고, 흘탕물(흙탕물), 부들자리(부듥으로 맨 자리), 불나무(붉나무)

둘째, ‘ㄷ’변칙용언들은 어느 경우나 받침 ‘ㄷ’을 발음하는 법이 없다. 즉 자음 앞에서도 ‘ㄹ’로 발음하여 강릉 말에서 이들은 변칙용언이 아니고 규칙용언인 셈이다.

(13) ㄱ. 들꼬(듣고), 들찌(듣지), 들는다(듣는다), 들으니, 들어라

ㄴ. 걸꼬(걷고), 걸는다(걷는다)

ㄷ. 실꼬(싣고), 실는다(싣는다)

셋째, 구개음화는 매우 일반화되어 있다.

(14) ㄱ. 지침(기침), 질(길), 짐(김), 제(겨), 저드랑(겨드랑), 점상(겸상), 저왕(경황), 지즙아(계집애), 지시다(계시다), 질다/지럭지(길다/기럭지)

ㄴ. 치(곡식을 까부는 키)

ㄷ. 찌다(끼다), 찡구다(끼우다), 즈찌리(저희끼리)

ㄹ. 세(혀), 성(형), 심(힘), 숭내(흉내), 숭보다(흉보다), 숭악하다(흉악하다)

넷째, 용언의 활용에서 다음에서 보이는 바와 같은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특이한 축약(縮約)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5) ㄱ. 이거 좀 바꼬(←바꾸-어) 조(←주-어).

ㄴ. 작은댁애도 알고라(←알구-어라).

ㄷ. 좀 잡소(←잡수-어) 바요.

(16) ㄱ. 톡톡 퇴(←튀-어) 가는구나.

ㄴ. 좀 쇴더거(←쉬-었-더거) 하잖구서.

ㄷ. 밥이 쇠서(←쉬어서) 먹갰나?

(17) ㄱ. 우떠 그러두 발이 안 떨어지갠(←떨어지-갰-나)?

ㄴ. 밭 다 맨(←맸-나)?

(18) ㄱ. 누거 핸(←했-는) 줄두 모르지 머.

ㄴ. 외삼촌이 오선 그 (←오시-었-는 것을) 대접두 못하구.

한편, 특이한 피동형(被動形)과 사역형(使役形)도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을 각각 다음 (19)와 (20)에서 보인다.

(19) ㄱ. 바꾸키다(바뀌다), 장구키다(잠기다)

ㄴ. 채키다(채다), 베키다(보이다), 띠키다(눈에 무엇이), 쐬키다(벌에)

ㄷ. 갈리키다, 내달리키다(쫓겨나다), 쪼달리키다(쪼들리다), 깨물리키다(개한테)

ㄹ. 만지키다, 쥐키다, 지달리키다

(20) ㄱ. 신키다(신을), 씻키다

ㄴ. 베키다(누구에게 무엇을), 씨키다(모자를), 그만뒤키다(직장을)

ㄷ. 뛰키다, 이키다(머리에 무엇을)

ㄹ. 옳구다(잘못 바뀐 것을 바로 바꾸어 오다), 발쿠다(비뚤어진 것을 바르게 하다)

마지막으로 특기해야 할 것은 강릉 언어는 음장(音長)과 성조(聲調)를 다같이 음소(音素)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음장의 다름에 의해서도 그 뜻이 달라지는 단어가 있고, 고조(高調)인가 저조(低調)인가에 따라서 어의(語義)가 분화되는 단어들이 있다.

(21) ㄱ. 눈(사람의) / 눈:(하늘에서 나리는)

ㄴ. 매(때리는) / 매:(하늘을 나는)

ㄷ. 짐(등에 지는) / 짐:(구어 먹는, 수증기의)

ㄹ. 되다(일이 잘 되다) / 되:다(밥이 질지 않고 되다)

ㅁ. 간다(걸어간다) / 간:다(맷돌로 콩을 간다)

(22) ㄱ. 가래(호도 비슷한) / ́가래(논에서 가래질할 때 쓰는)

ㄴ. 피(몸에 있는) / ́피(논에서 자라는)

ㄷ. 새끼(짚으로 꼰) / ́새끼(짐승의 어린)

ㄹ. 우리(너와 나) / ́우리(돼지가 사는)

ㅁ. 깨다(잠이) / ́깨다(그릇을)

(23) ㄱ. 말(쌀을 되는) / 말:(입으로 하는) / ́말(뛰는)

ㄴ. 배(배꼽이 있는) / 배:(두 배 세 배의) / ́배(먹는)

ㄷ. 손(손발의) / 손:(자손) / ́손(손님)

ㄹ. 개(浦) / 개:(집에서 키우는) / ́개(윷놀이할 때의)

(24) ㄱ. 조:야(선심을 써서 주어야) 먹지 / ́조:야(땅에 떨어진 것을 주어야) 먹지

ㄴ. 이 자(者)는 / 이 자:는(길이를 재는) / ́자:는(저애는)

ㄷ. 영화를 보는 / 이 ́보:는(보자기는, 봇물의 보는, 가위바위보의 보는)

ㄹ. 오고 가는, 굵고 가는 / 가:는 (가장자리는) / ́가:는(그애는)

[의의와 평가]

강릉의 언어는 전통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모음을 가장 완벽하게 가지고 있었던 말이다. ‘ㅐ’와 ‘ㅔ’를 정확히 구별하고 ‘ㅚ’도 정확히 단모음(單母音)으로 발음하였던 것이 우선 그러하다. 그리고 이중모음들도 풍부히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앞에서 본 ‘’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젊은 세대에서는 이들의 변별력이 대부분 무너졌다. 대개 50대가 그 경계선으로 보인다. 이 50대 전후로 일어나는 변화는 여러 층위에 걸쳐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앞에서 본 강릉 언어 특유의 어휘들은 더욱 그 속도가 빨라 가령 ‘해우’와 같은 단어를 고등학교 3학년에서 물어 보면, 제대로 아는 학생이 한 반에 한 명 나오기도 어렵게 되었다. 여느 지역의 말과 마찬가지로 강릉 지방의 언어도 큰 격동을 겪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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