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3T04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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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民間信仰- |
분야 | 지리/인문 지리 |
유형 | 지명/행정 지명과 마을 |
지역 |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
집필자 | 이상수 |
[서낭당]
소돌해수욕장의 동쪽에는 산과 같이 큰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 꼭대기에 해당화를 신목으로 하는 서낭당이 있다. 이곳에도 전설이 깃들어 있다.
조선시대 이 마을에는 해(海)씨 성을 가진 아리따운 아가씨와 멀리서 고기 잡으러 온 봉(鳳)씨 성을 가진 청년이 있었다. 아가씨와 청년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이 사실은 금세 마을에 소문으로 퍼져 나갔다. 나이가 차면 부모가 짝을 맺어 주던 시대였던지라 두 사람의 사랑은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고 두 사람은 소돌 바닷가 바위 꼭대기에서 부둥켜안은 채 바다에 몸을 던져 죽음으로 사랑을 맺고자 했다. 그 후 어찌된 일인지 소돌마을에는 고기도 잡히지 않고 농사도 흉년이 거듭되며 재앙만 이어졌다. 주민들은 두 사람의 영혼이 노여워한 탓이라고 생각했고, 꽃다운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 얼마 후 성대한 제사가 치러졌는데, 신기하게도 제사 직후 소돌마을의 재앙은 말끔히 사라졌다. 그 후 두 연인이 뛰어내린 바위 위 작은 가시나무에 빨간 꽃이 피어났고 그 꽃이 진 다음 빨간 열매가 맺혔는데, 그 나무의 모습이 마치 봉황이 날아가는 형상과 같았다.
소돌 사람들은 두 사람의 사랑이 맺어진 좋은 징조라 생각해 그 바위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삼았다. 피처럼 빨갛게 피어난 꽃의 이름은 해(海)씨 집안 아가씨의 성씨를 따라서 해당화라고 불렀고 서낭당을 해당화(海棠花)서낭당으로 불렀다. 이들은 해당(海棠)은 해(海)씨 처녀를 뜻하므로 고운 옷을 입혀야 한다고 하여 당(棠)자 밑에 옷 의(衣)를 넣은 독특한 당 자를 써 표기하고 있다.
지금도 해당화서낭당에서는 해당화를 서낭목으로 하여 해마다 정월 초사흘과 시월 초하루가 되면 소돌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비는 제사가 치러진다. 섬기는 서낭신은 여신이며, 제관이나 도가의 지정은 주민들의 생기를 다 맞춰서 정하던 것이 관례였으나, 지금은 마을노인회를 중심으로 노인들의 결정에 따르고 있다. 한 번에 30~40만 원 정도 드는 경비는 어촌계에서 전담하는데, 서낭제 때 올리는 제물은 주로 소돌마을의 할머니들이 장만한다.
소돌마을 제사상에는 한 가지 특별한 금기가 있으니, 소돌이 소의 형상을 한 마을이기 때문에 소고기 제물을 절대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육류 제물은 닭고기로 대신한다. 지천으로 잡히는 어류는 보름 정도 정성스럽게 건조시켜 제물로 쓴다. 과거에는 자정 무렵에 제사를 지냈지만 군부대가 주둔하고부터 야간 경비 문제가 생겨서 해 뜨기 직전 시간을 택하고 있다.
소돌의 서낭당은 건물이 따로 없이 제단 형태를 돌만 쌓아놓은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도 사연이 있는데, 서낭당 자리에 당집을 짓기만 하면 자꾸 무너져 내려 할 수 없이 야외 서낭당 자리를 정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어느 해인가는 서낭제를 다른 곳에서 지냈더니 사고가 나서 제사 도중에 다시 이곳으로 옮긴 일도 있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