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A010102 |
---|---|
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재해 |
풍수지리에서는 연꽃이 물에 뜬 것 같은 형상을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고 하여 길지로 여긴다. 그런데 과연 그런 형상을 한 마을이 있을까. 예부터 풍수를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하회마을의 형국을 풍수지리적으로 다양하게 일컫는데,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해석이 연화부수형이라는 것이다. 이는 낙동강 물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돌면서 마을이 물 위에 오롯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화부수형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형국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물에다 초점을 두고 마을의 일부를 보게 되면 마치 배가 물 위를 항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여 ‘행주형(行舟形)’이라고도 한다. 물이 돌아 흐르는 마을이기 때문에 이러한 형국론이 모두 가능하다.
물에 시선을 주기 전에 화산 기슭에 시선을 주면 형국이 다르게 보인다. 화산의 지맥이 이어져 내려온 끝자락에 마을이 이루어져 있어 그 모습이 마치 자루가 달린 전통 양식의 다리미처럼 보인다. 따라서 하회마을을 ‘다리미형국’이라고도 한다. 큰 고개를 넘어 마을로 들어오는 길과 삿갓 모양을 하고 있는 마을의 주거지역을 부용대에서 내려다보면 꼭 자루가 달려 있는 다리미를 엎어놓은 듯하다.
그런데 더 정확하게 말하면 손등을 봉긋하게 약간 오므린 손 모습 같기도 하다. 손목을 타고 화산의 주맥이 이어지며 마을 가운데서 손등처럼 봉우리를 이루다가 다시 손가락을 타고 제각기 마을 주위로 흘러내리는 지맥의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은 『조선의 풍수』에서 풍수지리학적으로 연화부수형의 지형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연꽃은 꽃도 열매도 구비된 원만한 꽃이다. 이 원만한 꽃도 물 밖 또는 물속에 있어서는 피지 않는다. 수면에 뜰 때가 바야흐로 향기를 만발하는 때이다. 이 소응은 자손이 모두 원만하고 또한 고귀하고 화려한 생활을 하게 된다는 땅이다.”
무라야마 지준의 말이 아니더라도, 연화부수형을 띤 지역은 꽃과 열매를 한때에 갖추는 결실의 아름다움을 지녀서 인물이 많이 배출되는 명당이다. 향기가 높은 연꽃의 상징처럼 자손이 오래 번성하고 훌륭한 인물을 배출하게 되는 형국으로 알려져 있다. 연꽃은 수면에서 줄기를 드러내지 않고 꽃잎을 물속에 잠기게 하지도 않는 상태, 곧 수면에 뜬 것 같은 상태에서 꽃잎을 피운다. 따라서 마을이 수면보다 더 높은 곳에 자리 잡아도 꽃을 피우지 못하며 더 낮게 잡아도 꽃이 물속에 잠겨서 결실을 맺지 못한다. 그런데 하회마을은 그러한 적정 수준의 입지를 이루고 있다.
풍수지리에 어지간히 정통하지 않고서는 연화부수형에 모듬살이 터를 잡기 어렵다. 왜냐하면 수면인 강가 가깝게 터를 잡고 모듬살이를 하게 되면 여름철에 홍수가 날 경우 강물이 범람하여 마을이 곧장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산류씨들은 선주민인 허씨와 안씨 들이 터 잡고 사는 곳을 비켜 새로 터를 잡으면서 아주 절묘하게 연화부수형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그 터가 화천의 수면과 닿아서 연꽃의 입지를 잘 이루고 있는 까닭에 큰 인물이 나고 가문이 번성하게 되었다고 해석한다. 특히 류씨의 대종가인 양진당은 연꽃의 꽃술에 해당되는 곳에 자리를 잡아서 후손이 번성하였다고 입을 모은다.